태그 : 김주부
2009/10/07   이 죽일놈의 파마 [8]
이 죽일놈의 파마
나는 원래가 하고 싶은거나 사고싶은건 당장 그 자리에서 싸질러야 직성이 풀리는, 인내심이나 지구력따위라고는 쥐씨알만큼도 없는 그련 녀자란말이다. 그런데 이런 내 성격이 오늘처럼 저주스런때가 없었다. 이 죽일놈의 파마 진짜 지옥에나 가버려 18.

9월초 퇴원하고 선선해진 날씨에 괜히 허파에 바람이 들어서 머리를 단발로 싹둑 잘라버렸다. 하지만 내 머리는 한달만 지나도 쑥쑥 자라는 남들보기 민망할 정도의 자생력(?)을 가지고 있어서, 10월 초인 지금 한달밖에 안 지났는데도 꽤 지저분해지더라. 급 파마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칼퇴를 감행했지만, 원래 다니는 미용실은 일찍 문을 닫는다. 그 밖의 집근처 대학가 미용실도 모두 마찬가지. 퇴근하고는 절대 파마를 할 수 없는 상황인거라. 하지만 난 주말까지 기다릴 인내심이라곤 없는 년이니깐, 엄마를 따라 엄마가 머리를 볶는 동네 미용실을 찾는다. 사건은 이제부터 시작인거다. 옘병할놈의 동네 미용실. 웨이브 파마 해달라고 했는데, 우리엄마 머리랑 똑같이 만들어버렸다. 파마를 다 마치고 집까지 가는길도 너무 쪽팔려서 눈을 감고 내리 달렸다. 집에와서 머리에 물을 뭍히고 다시 드라이를 하는등 별 수를 다 써봤지만, 그래도 거울속에는 우리 엄마가 들어있었다.

나는 원래가 머리하는데 큰 돈들이는 사람도 아니고, 그만큼 머리에 관해서는 어떻게 되더라도 대충 만족하는 마는 대인배적인 풍미를 갖은 사람이다. 그런데 이 머리는 진짜 존나 개 심각하다. 예전에 김쏘울이 나랑 똑같이 동네 싸구려 미용실에서 머리를 볶고와서 미뉴피에게 폭풍 수치심을 당하고 상처를 받은적이 있다. 난 괜히 오늘아침부터 김쏘울이 보고싶구나. 그때 그녀는 다시 미용실을 가서 머리를 어째어째 하긴 했는데, 그 여파가 가라앉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것 같다. 아무튼 나는 오늘아침 민머리로 출근할 용기가 없어서 모자를 뒤집어쓰고 왔는데, 아마도 파마가 꽤 풀리고 머리라 꽤 자랄때까지는 계속 모자신세일 것 같은 현시창. 출근하자마자 헌팅캡 1개랑 털모자 2개를 질렀다. 그래도 매일 쓰고 다니려면 모자라니깐 아마 한 30개는 더 사얄지도 모른다. 그 모자값으로 다시 머리를 하라는 사람이 있다면, 지금의 내 머리상태를 보여주고 싶다. 파마 한번 했을뿐인데 머리가 쫙쫙 갈라지고 머릿결이 빗자루가 되어버렸다. 난 지금 꿈도 희망도 없는 상태다. 석태촌이랑 김주부는 아침부터 사진찍어서 보내라고 난리지만, 나에게 그럴 용기는 없다. 지금 내 머리는 무덤까지 비밀인거다. 대인기피증에 걸릴지도 모른다.

그나저나 이번주 토요일은 친구녀석 결혼식이고, 다음달에는 학부생을 대상으로 특강도 하나 해야하는데 아 죽고싶구나. 정말정말로 죽고싶구나. 빡빡 밀어버릴까. 빡빡 밀어버릴까. 빡빡 밀어버릴까. 여러분 바리깡은 어디가면 살 수 있나요!!!!!11111




내 머리는 현재
by june | 2009/10/07 10:56 | Daily | 트랙백 | 덧글(8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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